2009년 1월 28일 수요일

Sun에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

오늘 Stephanie와 잡담하다가 떠오른 얘기다. Stephanie는 finance career에 집중하는 아주 똑똑한 친구인데, 지난 쿼터에 Option Markets 수업을 같이 듣다가 친해졌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Matlab 얘기가 나왔는데, Stephanie가 갑자기 그거 자기 많이 썼었다고, 전에 회사에서 한 게 온통 Matlab으로 프로그래밍하고 모델링했었는데, 그럼 뭐하냐고, 앞으로 그 기술을 사용할 일이 있을까 모르겠다며 푸념을 했다. 어디가서 Matlab 얘기하면 사람들이 뭔지 모른다면서...

그 얘기 들으니 나도 똑같은 고민을 했던 게 생각났다. 내가 대학 때 배우고 집중했던 건 프로그래밍... 회사에서 실제 내가 했던 일도 그거다. 물론, project management가 내 일의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프로그밍에 실제로 투자한 시간이 대부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edge를 가지는 건 software이고, 남들한테 소개할 때도 그걸 강조하곤 한다. 그런데 business school에 앉아 수업을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So what? 내가 그걸 쓸 줄 안다는 게 앞으로 내가 하게 될 product management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건데? 결국 product marketing에서는 communication skill이 중요하고, 제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라 해도 marketing 감각이 없으면 큰 의미가 없다는 거다..

Sun에서 일하면서 되도록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살리고 싶었다. 우리 팀에서 맡은 일은 Sun에서 새로 만드는 JavxFX라는 플랫폼을 managing하는 거였는데, 어디서나 사람들이 "JavaFX는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언어'라고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나 스스로 한 번 사용해보고 싶었다. 한 주말 시간을 내서 직접 프로그램을 짜봤다. 기존 언어에 비해 쉬운 부분도 있고, 기존 언어보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시간을 좀 투자해서 그럴싸한 걸 하나 만들었다.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해보니 어떤 코드가 performance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월요일에 회사 와서 내가 만든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다들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했다. Marketing team에 있는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서 보여준다는 게 그렇게 신기한가보다.

그 다음주에 Sun의 sales people 전체가 모이는 행사가 있었다. Manager가 나를 부르더니, 이번에 JavaFX를 present할 건데 내가 일부 맡아서 해줄 수 없겠느냐 했다. Sounds cool! 한 200명 모인 자리에서, blank screen을 띄워 놓고, 기초부터 (from the scratch) 어떻게 하면 쉽게 쿨한 JavaFX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한 단계씩 설명하면서. 내가 생각해도 듣는 사람이 재미있어 할 만큼 잘한 것 같다.

그 날 집에 오는데 매니저한테 전화가 왔다. "Very impressive" 라고 했다. 내가 sales people한테 아주 강하고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거고, 또 내가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주 큰 플러스라는 거다. 그 전화를 받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내가 가진 뭔가를 사용해서 사람들을 impress할 수 있다는 것이...

"뭐든지 배우자"

이게 내 신념이다. 뭐든지 관심 가는 건 배워야 하고, 해봐야 성이 찬다. 그덕에 뭐 하나를 깊게 파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depth 못지 않게 중요한 게 breath이다. 특히 시간이 갈 수록 그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지금 배우는 것들, 당장 내일 뭔가 결과를 내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다 사용할 날이 있겠지...

댓글 3개:

Producer Boogab :

trackback from: 한정된 시간의 투입에 대한 고민과 결정
그냥 갑자기 이 글을 읽다가 예전에 리눅스 붐 일어날 때, IBM 담당자의 말이 생각나네요. 리눅스 엔지니어들은 낮은 사양의 PC를 커널해킹이니 뭐니 해서 시스템의 모든 자원을 극한으로 활용하는데에 집중했고, 그것을 설파하는데 밤잠을 설쳤죠. 그 때 IBM 쪽에 이름은 기억안나는데 굉장히 똑똑한 프로그래머 한명이.. "그렇게 해놓고, 그 친구가 회사를 떠나면 어떻하나? 만약 그 시스템의 안정성이 보장 되지 않는다고 할 때, 비지니스 장애로 인해서 발..

jodie :

안녕하세요! 블랙베리폰 구입을 고민하다 구글서치중 우연히 들어와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이 글 읽고 느낀바 있어.. 평소의 소심증을 누르고, 조심스레 살짝 몇자 적고 갑니다. "뭐든지 배우자" 아래로 쓰신 부분에 대해, 저도 많이 공감이 가서요. 대학때는 특히 이런 생각이 강했고, 배우는 재미가 무척이나 컸었는데(사실 손가락으로 헤아려보기엔 별거 없고, 오로지 공부를 한 듯 한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지금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sw 개발관련해서는 전혀 아는바 없지만, 그럼에도 "배움"은 현업에서 있으면서 바로 지금, 오늘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동안의 몇년을 허송한 것 아닐까 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글을 보구요! 잘 읽고&느끼고 갑니다.

Sungmoon Cho :

@jodie - 2009/08/13 18:53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런 과정에서 또 더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생각났는데, 얼마전 키보드를 하나 구입했답니다. 요즘은 여가 시간에 피아노를 배우고 있지요. 이것도 언젠가 쓸 일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