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International Business Strategy 수업 시간에 Benetton case를 다뤘다. 고등학교 때 크게 유행했던 브랜드... 친구들이 베네통 가방과 옷을 입고 나타났지만, 당시엔 워낙 고가 브랜드라 나는 가져보지 못했다. 나중에 유럽 여행하다가 보니 별로 고가 브랜드가 아니었던 걸 알고 신기해했던 적이 있다. 원래 고가 브랜드였다기보다는 international market에서 "made in Italy"를 내세워 고가 브랜드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소위 "외제" 상품이 대부분 그렇게 포지셔닝하곤 하고, 그렇게 해야 성공하는 건 사실이다. 미국에선 스타벅스 커피가 훨씬 싸다는 걸 봐도 알 수 있듯이.
케이스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사실은, 베네통의 탄생 과정과 마켓 확장 전략이다. '베네통 제국'을 건설한 루치아노 베네통이란 사람은, 14살 때부터 옷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해서 아예 그 쪽으로 나가 사업을 차렸다. 대학 교육? 그런 거 없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중 소위 말해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을까 싶다. 그래도 사업 하나만큼은 끝내주게 잘했다.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프랜차이즈를 해서 (프랜차이즈 fee가 없고, $70,000 정도의 자본금만 있으면 베네통 매장을 차릴 수 있게 했다.) 순식간에 매장 수를 늘릴 수 있었고, 몇 년만에 세계 각국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질 수 있었다.
교수님이 베네통의 성공이 회사 덕인 것 같냐 나라 덕인 것 같냐는 질문을 해서 한참동안 논의를 했다. 학생들마다 어느 한쪽 의견을 들며 자신의 주장을 폈다. 나는 나라 덕이라고 했다. 패션과 디자인 상품은 이탈리아 브랜드가 붙으면 그 자체로 프리미엄이 생긴다. 베네통이 디자인이 좋긴 하지만, 만약 크로아시아나 중국에서 시작한 브랜드라면 절대 그 정도의 성공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베네통은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해오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성공과 달리 미국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왜일까? GAP이라는 미국 브랜드가 워낙 잘한 것이 하나의 이유고, 또 베네통의 매장 관리 방식이 미국에서 통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GAP이나 Banana Republic이 요지를 차지하고 대형 매장을 깔끔하게 관리해서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끌어 모으는 데 비해, 베네통의 작은 매장은 아무리 팬시하다 해도 미국인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듯 하다. 더 나아가, 베네통이 가진 'Made in Italy' 브랜드가 실용주의적인 미국 사람들한테 먹히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가 그럼 성공 못했나? Versace, Gucci, Bali, Feragamo, Armani.... 미국서 성공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는 많다. 이들 브랜드는 완전 high-end 마켓을 겨냥했다. 베네통도 low-end는 아니었지만, 다소 어중간한 포지셔닝 때문에 GAP한테 밀리고, 고소득층한테 인기 끌지 못한 게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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