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MBA에서 투자한 시간과 돈을 댓가로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때마다 대답하기 전에 한 번은 망설이게 된다.
먼저 내가 투자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Time: 2008년 9월 입학 이후 약 18개월을 썼다. Opportunity cost로 치면 약 8천만원어치..?
Money: 엊그제, 미국 처음 들어온 후 쓴 돈을 은행 기록을 참고해서 모두 계산해 보았다. 학비와 생활비 합쳐 총 $85,000 ~ $90,000의 돈을 썼다. 현재 환율로는 한국 돈 1억 3천~4천을 쓴 셈이다. 1년 반만에...!
다행히 $20,000 정도는 인턴쉽과 파트 타임으로 충당했다. 그래도 여전히 꽤 많은 돈이 주머니에서 나갔다...
그럼 무얼 얻었을까? 1억 이상의 효과가 있었나? 여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도 많거니와, 돈으로 환산하려고 하면 사실 "계산이 안나오기" 때문이다.
생각이 날 때마다 "MBA에서 얻은 것"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자신감
지난 주말에 Wiredrive.com이라는, 우리가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회사에 다녀 왔다. 미팅 끝나고 차를 타고 오는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Yoshi가 옆자리에서 그랬다.
"You did a good job today. You led the meeting, and you showed your professionalism. I could see how much the client trusts and relies upon you."
정말 듣기 좋은 칭찬이다. 내가 그랬나?
그 얘기를 듣고 문득 작년 생각이 났다. 1학년 시절.. 영어는 어느 정도 한다는 자신감으로 학교에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했지만, 내가 뭔가 '이끌어' 가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그걸로는 정말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Leadership = Influence인데, 말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겠는가? (물론 무언의 leadership도 있기는 하다만..) 스터디 그룹에서 때로 내가 내세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근데 내가 더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될 때면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학교에서 모든 leadership 자리를 domestic student들이 차지하는 걸 보며 왜 그런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팀에 'value-add'를 할 수 없을 때면 내가 가진 지식, 그동안 쌓았던 경험들... 이런 게 무가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서 큰 변화는 summer internship 경험을 통해 일어났다. Sun Microsystems에서 처음 오퍼를 받고, 처음 회사에 출근했을 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긴장한 채로 첫 팀회의에 참석했는데, 모르는 내용이 많은데다 몇몇 사람은 전화로 회의에 참석해서 회의를 따라가기가 참 힘들었다. 내가 뭔가 얘기할 차례가 올까 두렵기도 했다. 학교에서야 실수해도 그런가 보다 할 일이지만 여긴 내가 돈을 받고 일하는 회사가 아닌가?
2주가 지나자 일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파악이 되고, 내가 할 일도 구체화되면서 매니저가 나에게 독립적으로 추진할 일을 맡겼다. 새로운 application을 개발하는데, 나에게 기획을 맡긴 것이다. 부담스러웠지만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Graphic designer, engineer, QA manager등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면서 팀을 점차 리드해 나갔다. 이 일 뿐 아니라 회사에 있을 때 내가 조직에 영향을 미친 두 가지 프로젝트를 더 하면서 자신감을 훨씬 키워갈 수 있었다. 회사에 있으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1학년 MBA생활이 내가 이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돌아온 학교는 무척 편안한 곳이었다. International Business Association에서 exchange student mixer를 추진했고, Christian Club에서는 president를 맡았고, 지금은 IS Associates의 student fellow로 다음 달에 있을 panel event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학교의 alumni relationship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서도 sub-group leader를 맡았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Leadership을 발휘하고, 키워나가며 영어는 더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고, 좋은 친구들도 점점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고 보니 MBA를 통해 얻은 정말 큰 자산은 친구들과 지인들이다.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받은 영향...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써야겠다.
댓글 3개:
멋져요~!!!!!!!
더욱 발전하는 smcho되시길 ^^*
제 안사람도 현재 UCLA MBA에 Apply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좋은 글이어서 제 블로그로 퍼가겠습니다.
@레흐 - 2010/03/21 23:52
아, 그래요? 꼭 합격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만약 합격하시면 같이 LA로 이사하시게 되는 건가요? 어쩌면 직접 뵐 기회가 생길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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