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2일 수요일

내가 아이폰(iPhone)보다 블랙베리(BlackBerry)를 더 좋아하는 일곱 가지 이유

비즈니스 스쿨에서 만난 친구들을 포함해서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두 가지 폰 중 하나를 사용한다 - 아이폰과 블랙베리. 스마트폰 시장이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작기만 한 것 같다. 블랙베리나 아이폰 같이 정말 강력한 폰이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고... 삼성 LG 폰이 워낙 발달해서 굳이 스마트폰을 사려는 이유가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일반 폰보다는 더 강력하다는 걸 생각하면, 이곳 실리콘벨리 사람들이 디지털 라이프에서 한 걸음 앞서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도 하다. IT 강국 코리아가 되어야 하는데..

미국에 와서 처음 썼던 폰은 HTC Wing이었다. 그 때는 블랙베리도, 아이폰도 써보지 않은 상태였다. Windows Mobile 플랫폼을 탑재한 이 폰을 선택한 유일한 이유는 Wifi를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3G 네트워크를 쓰려면 돈이 많이 나갈 것 같고.. 학교에서 어디서나 Wifi가 가능했으므로 이메일 체크나 간단한 웹 서핑을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곧 후회했다. Windows Mobile OS는 완전 꽝이었다. 일단 너무 느렸다. 화면을 클릭한 후 화면 전환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UI가 불편했다. 뭐 하나 하려면 꾹꾹 여러 번 눌러야 했다.

어차피 계약 없이 산 폰이었기 때문에 eBay에서 중고로 팔아버리고 BlackBerry Pearl을 샀다. 그리고 나서 한 달 후엔 완전히 팬이 되었다. Wing을 쓰며 겪었던 불편함은 다 없어져버렸다. 그리고 email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편한 줄 몰랐다. 거기다가 Google Calendar 및 Google Contact list와의 Sync는 정신없이 바쁜 B-school 생활을 한층 쉽게 만들어주었다.

학교를 거의 마쳐 갈 무렵, 폰을 바꾸게 되었다. 블랙베리로 할까 아이폰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주변에서 다들 아이폰을 쓰고, 아이폰이 대세가 되는 것 같아 이통사를 T-mobile에서 AT&T로 옮기면서 아이폰을 구매했다. 아이폰을 처음 받았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이폰 앱 스토에서 하나씩 다운받아서 실행해 보면서 점점 아이폰이 좋아졌다. 내가 태어나서 가지고 놀았던 gadget 중 최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자 치명적인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3주가 되어서는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AT&T에 전화해서 맘에 안든다고, 블랙베리로 바꾸고 싶다고 하니까 의외로 바로 처리를 해주었다. BlackBerry Bold가 이틀 후에 도착했고, 그 후로 블랙베리 열성 팬이 되었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BlackBerry와 iPhone - 스마트 폰 시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이 두 폰의 비교이다. 요즘 구글 안드로이드 (Android)와 Palm Pre때문에 시끄러운데, 친구가 가지고 있어서 나도 한 번 써봤지만, 아직 블랙베리나 아이폰의 수준에 달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물론, 구글이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이 무척 짧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아이폰보다 블랙베리를 좋아하는 일곱 가지 이유>

1. 멀티태스킹

배터리 수명을 이유로 아이폰 OS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능인데, 블랙베리는 멀티태스킹을 지원한다. 동시에 여러 개 프로그램이 떠서 돌아간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애플리케이션을 스위칭하는 게 instant하다는 것과, 애플리케이션 상태 (status)가 저장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게 가능하다.
"이메일을 읽다가 웹 검색을 하고 싶어졌다 -> 웹으로 가서 검색해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 다시 이메일로 돌아온다 -> 이메일에 친구를 만나기로 한 장소가 있다 -> 주소를 copy 한다 -> Google Maps로 스위칭한다 -> 'Get Direction' 에서 장소를 찾으면 가는 경로가 검색된다"
내가 이런 걸 매일 쓰다가 아이폰으로 갔더니, 즉시 불편함을 느꼈다. 멀티태스킹이 안되니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하고, 그러자니 스위칭에 몇 초가 걸린다. 게다가 상태가 저장이 되지 않으면 내가 읽던 메시지를 다시 찾아내야 한다.

2. 단축키.. 생산성을 높여주는 수많은 단축키


블랙베리에서 나만큼 단축키를 많이 쓰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은데... 단축키를 외우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지만, 일단 기억해두고 나면 이것만큼 편한 게 없다. 예를 들어, 이메일을 읽다가 'C'(Compose)를 누르면 새로운 글을 작성하고, 'R'(Reply)을 누르면 답장을 할 수 있다. 'A'(All)는 전체에게 답장하는 거다. Message의 위로 가고 싶으면 'T' (Top), 그리고 아래로 가고 싶으면 'B'(Bottom)을 누른다. 구글 맵에서 축소는 1, 확대는 3, 트래픽을 보려면 7, 위성 지도로 전환하려면 2이다. 이 모든 게 아이폰에서는 '불가능하다'. 왜냐, 키가 없으므로.

3. Copy and Paste
이렇게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능이 왜 iPhone에서 지원되지 않았었는지 참 알 수 없다. 이번에 iPhone OS를 업그레이드하면서 기능이 드디어 들어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블랙베리에 비해서는 인터페이스가 많이 불편한 게 사실이다.

4. 트랙볼
이거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너무 편하다.
몇 년간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수많은 인터페이스를 접했지만, 트랙볼만큼 편한 게 없었다. 화면을 보며 가고 싶은 곳을 찾아 빙글빙글 굴리다가 클릭! 이거 몇 번이면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다.
가장 brilliant 한 기능은 Smart click 인데, 사용자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예측해서 트랙볼을 눌렀을 때 그 기능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지금 뭔가를 copy 해서 메모리에 들어있다면 'paste'가 가장 우선적인 기능이 되고, 이메일을 읽고 있을 때 버튼을 누르면 'reply'가 highlight된다. 이 기능이 가끔 나를 감탄하게 할 때가 있다.

5. 버튼식 키보드
아이폰의 터치스크린 키보드...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고들 하는데, 나는 아무리 연습해도 많이 나아지는 걸 못느꼈다. 설사 나아진다 하더라도, 보지 않고 키를 입력하는 건 여전히 불가능하다 (가끔 그런 게 필요할 때가 있다). 매니저가 다리를 다쳐 나한테 pick-up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 의도는 "Do you want to pick me up?"이었는데, 아이폰에서 오타가 난 데다가 자동 수정이 잘못되서 "Do you want to puck me up?"이라고 문자가 와서 한참을 웃었다. Ridiculous, it was.

6. 웹 브라우저
사람들이 아이폰을 쓰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브라우저다. 이 시대 최고의 모바일 브라우저인 것은 사실이다. 정말 잘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Wired internet에 적합할 만큼 용량이 큰 컨텐츠를 3G network 으로 가져오려 하다 보니 너무 시간이 걸렸다. 블랙베리는 다른 방식을 쓴다. 웹 컨텐츠를 브라우저로 전송하기 전에 서버에서 처리를 먼저 한다. BlackBerry 환경에 맞게 optimizing을 하는 것이다. 덕분에 컨텐츠의 품질은 떨어질 지 몰라도 속도는 훨씬 빠르다. 동일한 웹페이지 (http://www.phonescoop.com)를 로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어 봤더니 iPhone에서 21초, 그리고 BlackBerry에서는 11초가 나왔다.

7. 배터리 수명
나처럼 휴대폰을 항상 사용하는 경우에는 배터리 수명이 정말 중요하다. 이메일 체크하고, facebook status 확인하고, twitter update하고, 운전할 때 mp3 듣고, 어디 갈 때 Google Maps로 확인하고, 틈날 때는 Wall Street Journal을 읽고... 아이폰에서 이렇게 했다가는 오후 4, 5시쯤 배터리가 방전되어버린다. 3G network을 사용하거나 GPS 를 사용하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블랙베리에서도 이렇게 하면 배터리가 빨리 닳기는 하지만, 적어도 아침에 충전해서 나오면 그 날 저녁까지는 괜찮다.


몇 달 전 HTC에서 Google Android 폰을 출시했다. 동영상을 봐서는 상당히 괜찮은 것 같다. 내가 딱 좋아하는 그런 어플리케이션이 많이 들어있다. 소프트웨어도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고 성능도 좋다. 문제는 하드웨어다. 아직은 HTC 폰밖에 없는데, 처음 샀던 HTC 폰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다. Android OS가 정말 괜찮은 하드웨어와 결합된다면... Android로 옮겨타는 걸 한 번 고려해볼 생각이다.

댓글 15개:

추민수 :

성문씨 잘 지내지? 나도 Blackberry Storm 을 쓰고 있는데, i-phone 과 이런 차이점이 있는지는 잘 몰랐네요.^^ 혹시 LA로 내려올 일이 있으면 봅시다.

와이엇의 로그파일 :

trackback from: 최고의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만드는 RIM은 어떤 회사?
바야흐로 스마트폰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될만큼 스마트폰 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휴대폰 판매는 점점 감소하고 있지만 유독 스마트폰 판매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의하면 올해 2/4분기 글로벌 휴대폰 판매량은 2억 8600만대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로 전년동기대비 6.1% 감소한것이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1/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9.4% 감소하며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것에 비하면 개선된..

와이엇 :

블랙베리의 좋은점을 실제로 사용하신분이 적어주시니 실감나게 알수 있네요. 저도 블랙베리 구입을 생각해 보게 하는 글입니다. 참고로 RIM에 대한 포스팅 트랙백 걸어둡니다.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goomin :

좋은 글 잘 읽고 답글 남기고 갑니다. 그냥 꽁짜로 좋은 정보를 낼름 먹은 것 같아 송구해서...... ^^;

샤를왕자 :

아이폰이 블랙베리보다 좋은 점은요?

ade :

@샤를왕자 - 2009/09/01 02:34
그건 샤를왕자님이 한번 포스팅 해보시면 되겠네요. ^^

기대할게요.

Jerome :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멀티태스킹부터 키보드 눈감고 치기 까지 완전 공감이 가네요. 블랙베리는 기업사용자에게 더 맞는 것 같다는 평가가 있어서 주저되긴 합니다.

Heeseung :

아이팟터치를 가지고 있어서 아이폰이 나오더라도 굳이 사고 싶지는 않은데, 블랙베리에는 관심이 가던 차에 이 글을 읽었습니다. 저한테 맞는 단말기인지 좀더 찬찬히 살펴봐야겠어요.

Jongmin :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과도한 인터넷 요금때문에 스마트폰 쓸 엄두를 못내는 한국 상황이 안타깝네요. 요즘 그래도 각 통신사에서 조금씩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던데, 여기 상황도 얼른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ungmoon Cho :

업데이트: 요즘 TechCrucnh50이나 Demo09 보면, cool 한 smart phone app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일단은 iPhone으로 먼저 만들고 그 다음에 blackberry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Business application을 포함해서요. 아이폰이 일단 보기 좋고 시연하기 좋으니까 그런 것도 있겠지요. 여기서 걸러진 app들이 BlackBerry로 넘어오니까, 그만큼 쓸모 있는 것만 남는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고...

물론 iPhone이 블랙베리보다 우월한 점들 당연히 있습니다. BlackBerry 의 장점을 채용한 iPhone이 있으면 좋겠네요. :)

dewyrain :

이전에 글을 읽었는데 이제서야 답을 다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Android phone에 대한 글을 기대하겠습니다.

Sungmoon Cho :

@dewyrain - 2009/09/25 14:12
딸기우유님 안녕하세요 ^^ Android 폰 좋지요. 친구걸 빌려서 이것저것 살펴봤는데, 정말 깔끔하게 잘 만들었더라구요. Goolgly한 인터페이스가 맘에 들어요. 요즘은 SDK 보면서 정말 쉽게 만들어 놓은 development model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지향 :

오빠, 안녕하세요~ 잘 지내세요? 회사생활은 어때요?

오랜만에 오빠 홈페이지 갔다가 블로그 링크가 있어서 와 봤는데. 재미있는 포스팅이 많네요~ ^^

전 나름 만족하면서 아이폰 3G 쓰는데도 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싶었던 게 종종 있었는데. 여기 다 있어요! ㅎㅎ 모토롤라 레이저 쓰다가 처음 바꿨을 때 제일 불편했던 게 버튼이 없으니 운전하면서 전화 걸고 받기 너무 어려웠던 거였는데. ㅎㅎ 제가 아는 어떤 사람 아이폰 이메일 시그너쳐는 Sent from my iPhone. Please excuse brevity and mistakes. 였어요. ㅋ 정말 터치패드의 태생적 한계랄까. 어쩔 수 없는 듯해요.

그 다음 어이 없었던 건 주소록/사진 전송조차 안 되던 블루투스였어요. 나름 mp3 player 기능까지 갖춘 주제에 스테레오 블루투스 헤드셋은 언감생심이고. 대체 이걸 왜 블루투스라고 넣어놓은거야? 싶었지요. ㅋㅋ 블랙베리 블루투스는 어때요?

답글 쓰다보니 저도 제 블로그에 아이폰 리뷰 + 앱스 리뷰를 써보고 싶어지는걸요. ㅋㅋ 쓰게되면 트랙백 걸께요! ㅎㅎ 그래도 아이폰 쓰기 시작하면서는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이었는데, 한국 가서 비행기 딱 내리자마자, 이건 뭐, 지하철 노선도 하나 검색을 할 수 없으니, 갑자기 disconnected된 느낌에 난감하더라구요. 못 느끼고 있었는데, 이게 스마트폰의 위력인가, 싶었어요. ㅎㅎ

Sungmoon Cho :

@지향 - 2009/10/11 12:22
안녕 지향아!

잘 지냈니? Ann Arbor 는 이제 많이 추워졌겠구나. 여긴 어제 그제 비가 엄청 왔었어. 갑자기 내린 비에 꽤 불편을 겪었지..



Please excuse brevity and mistakes라... 하하 재미있는 signature 네. 글고 아이폰 블루투스에 그런 문제가 있었는 지는 몰랐어. 근데 블랙베리도 그 점에서 크게 우월한 것 같지는 않아. 블루투스 헤드셋 써봤는데 아주 만족할 만큼은 아니고 (아이폰에서도 써봤는데 그것도 그냥 그랬음), 스테레오 지원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글 쓰고 나서 요즘은 또 블랙베리의 문제점들을 하나씩 발견해가고 있다. 그것도 글로 함 옮겨볼까나... ㅎ

Unknown :

이글을 무려 10년후에 읽었네요. 저는 2004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휴대폰가게를 하고 있지요. 저는 Palm pilot 부터 쓰기 시작했었는데 쓰기 기능이 있다는것에 감탄하곤 했었지요. 그러나 곧 블래베리가 망하는것, palm 이 망하는 역사를 직접 목격했지요. 지금은 삼성 노트8를 쓰소 있읍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더 바뀌어 갈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