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Stephanie와 잡담하다가 떠오른 얘기다. Stephanie는 finance career에 집중하는 아주 똑똑한 친구인데, 지난 쿼터에 Option Markets 수업을 같이 듣다가 친해졌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Matlab 얘기가 나왔는데, Stephanie가 갑자기 그거 자기 많이 썼었다고, 전에 회사에서 한 게 온통 Matlab으로 프로그래밍하고 모델링했었는데, 그럼 뭐하냐고, 앞으로 그 기술을 사용할 일이 있을까 모르겠다며 푸념을 했다. 어디가서 Matlab 얘기하면 사람들이 뭔지 모른다면서...
그 얘기 들으니 나도 똑같은 고민을 했던 게 생각났다. 내가 대학 때 배우고 집중했던 건 프로그래밍... 회사에서 실제 내가 했던 일도 그거다. 물론, project management가 내 일의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프로그밍에 실제로 투자한 시간이 대부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edge를 가지는 건 software이고, 남들한테 소개할 때도 그걸 강조하곤 한다. 그런데 business school에 앉아 수업을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So what? 내가 그걸 쓸 줄 안다는 게 앞으로 내가 하게 될 product management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건데? 결국 product marketing에서는 communication skill이 중요하고, 제아무리 뛰어난 엔지니어라 해도 marketing 감각이 없으면 큰 의미가 없다는 거다..
Sun에서 일하면서 되도록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살리고 싶었다. 우리 팀에서 맡은 일은 Sun에서 새로 만드는 JavxFX라는 플랫폼을 managing하는 거였는데, 어디서나 사람들이 "JavaFX는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언어'라고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나 스스로 한 번 사용해보고 싶었다. 한 주말 시간을 내서 직접 프로그램을 짜봤다. 기존 언어에 비해 쉬운 부분도 있고, 기존 언어보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시간을 좀 투자해서 그럴싸한 걸 하나 만들었다.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해보니 어떤 코드가 performance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월요일에 회사 와서 내가 만든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다들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했다. Marketing team에 있는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서 보여준다는 게 그렇게 신기한가보다.
그 다음주에 Sun의 sales people 전체가 모이는 행사가 있었다. Manager가 나를 부르더니, 이번에 JavaFX를 present할 건데 내가 일부 맡아서 해줄 수 없겠느냐 했다. Sounds cool! 한 200명 모인 자리에서, blank screen을 띄워 놓고, 기초부터 (from the scratch) 어떻게 하면 쉽게 쿨한 JavaFX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한 단계씩 설명하면서. 내가 생각해도 듣는 사람이 재미있어 할 만큼 잘한 것 같다.
그 날 집에 오는데 매니저한테 전화가 왔다. "Very impressive" 라고 했다. 내가 sales people한테 아주 강하고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거고, 또 내가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주 큰 플러스라는 거다. 그 전화를 받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내가 가진 뭔가를 사용해서 사람들을 impress할 수 있다는 것이...
"뭐든지 배우자"
이게 내 신념이다. 뭐든지 관심 가는 건 배워야 하고, 해봐야 성이 찬다. 그덕에 뭐 하나를 깊게 파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depth 못지 않게 중요한 게 breath이다. 특히 시간이 갈 수록 그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지금 배우는 것들, 당장 내일 뭔가 결과를 내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다 사용할 날이 있겠지...
2009년 1월 28일 수요일
2009년 1월 16일 금요일
MBA 와서 얻은 것 (1): 자신감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MBA에서 투자한 시간과 돈을 댓가로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때마다 대답하기 전에 한 번은 망설이게 된다.
먼저 내가 투자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Time: 2008년 9월 입학 이후 약 18개월을 썼다. Opportunity cost로 치면 약 8천만원어치..?
Money: 엊그제, 미국 처음 들어온 후 쓴 돈을 은행 기록을 참고해서 모두 계산해 보았다. 학비와 생활비 합쳐 총 $85,000 ~ $90,000의 돈을 썼다. 현재 환율로는 한국 돈 1억 3천~4천을 쓴 셈이다. 1년 반만에...!
다행히 $20,000 정도는 인턴쉽과 파트 타임으로 충당했다. 그래도 여전히 꽤 많은 돈이 주머니에서 나갔다...
그럼 무얼 얻었을까? 1억 이상의 효과가 있었나? 여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도 많거니와, 돈으로 환산하려고 하면 사실 "계산이 안나오기" 때문이다.
생각이 날 때마다 "MBA에서 얻은 것"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자신감
지난 주말에 Wiredrive.com이라는, 우리가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회사에 다녀 왔다. 미팅 끝나고 차를 타고 오는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Yoshi가 옆자리에서 그랬다.
"You did a good job today. You led the meeting, and you showed your professionalism. I could see how much the client trusts and relies upon you."
정말 듣기 좋은 칭찬이다. 내가 그랬나?
그 얘기를 듣고 문득 작년 생각이 났다. 1학년 시절.. 영어는 어느 정도 한다는 자신감으로 학교에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했지만, 내가 뭔가 '이끌어' 가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그걸로는 정말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Leadership = Influence인데, 말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겠는가? (물론 무언의 leadership도 있기는 하다만..) 스터디 그룹에서 때로 내가 내세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근데 내가 더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될 때면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학교에서 모든 leadership 자리를 domestic student들이 차지하는 걸 보며 왜 그런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팀에 'value-add'를 할 수 없을 때면 내가 가진 지식, 그동안 쌓았던 경험들... 이런 게 무가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서 큰 변화는 summer internship 경험을 통해 일어났다. Sun Microsystems에서 처음 오퍼를 받고, 처음 회사에 출근했을 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긴장한 채로 첫 팀회의에 참석했는데, 모르는 내용이 많은데다 몇몇 사람은 전화로 회의에 참석해서 회의를 따라가기가 참 힘들었다. 내가 뭔가 얘기할 차례가 올까 두렵기도 했다. 학교에서야 실수해도 그런가 보다 할 일이지만 여긴 내가 돈을 받고 일하는 회사가 아닌가?
2주가 지나자 일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파악이 되고, 내가 할 일도 구체화되면서 매니저가 나에게 독립적으로 추진할 일을 맡겼다. 새로운 application을 개발하는데, 나에게 기획을 맡긴 것이다. 부담스러웠지만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Graphic designer, engineer, QA manager등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면서 팀을 점차 리드해 나갔다. 이 일 뿐 아니라 회사에 있을 때 내가 조직에 영향을 미친 두 가지 프로젝트를 더 하면서 자신감을 훨씬 키워갈 수 있었다. 회사에 있으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1학년 MBA생활이 내가 이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돌아온 학교는 무척 편안한 곳이었다. International Business Association에서 exchange student mixer를 추진했고, Christian Club에서는 president를 맡았고, 지금은 IS Associates의 student fellow로 다음 달에 있을 panel event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학교의 alumni relationship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서도 sub-group leader를 맡았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Leadership을 발휘하고, 키워나가며 영어는 더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고, 좋은 친구들도 점점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고 보니 MBA를 통해 얻은 정말 큰 자산은 친구들과 지인들이다.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받은 영향...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써야겠다.
"MBA에서 투자한 시간과 돈을 댓가로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수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때마다 대답하기 전에 한 번은 망설이게 된다.
먼저 내가 투자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Time: 2008년 9월 입학 이후 약 18개월을 썼다. Opportunity cost로 치면 약 8천만원어치..?
Money: 엊그제, 미국 처음 들어온 후 쓴 돈을 은행 기록을 참고해서 모두 계산해 보았다. 학비와 생활비 합쳐 총 $85,000 ~ $90,000의 돈을 썼다. 현재 환율로는 한국 돈 1억 3천~4천을 쓴 셈이다. 1년 반만에...!
다행히 $20,000 정도는 인턴쉽과 파트 타임으로 충당했다. 그래도 여전히 꽤 많은 돈이 주머니에서 나갔다...
그럼 무얼 얻었을까? 1억 이상의 효과가 있었나? 여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도 많거니와, 돈으로 환산하려고 하면 사실 "계산이 안나오기" 때문이다.
생각이 날 때마다 "MBA에서 얻은 것"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자신감
지난 주말에 Wiredrive.com이라는, 우리가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회사에 다녀 왔다. 미팅 끝나고 차를 타고 오는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Yoshi가 옆자리에서 그랬다.
"You did a good job today. You led the meeting, and you showed your professionalism. I could see how much the client trusts and relies upon you."
정말 듣기 좋은 칭찬이다. 내가 그랬나?
그 얘기를 듣고 문득 작년 생각이 났다. 1학년 시절.. 영어는 어느 정도 한다는 자신감으로 학교에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했지만, 내가 뭔가 '이끌어' 가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그걸로는 정말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Leadership = Influence인데, 말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겠는가? (물론 무언의 leadership도 있기는 하다만..) 스터디 그룹에서 때로 내가 내세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근데 내가 더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될 때면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학교에서 모든 leadership 자리를 domestic student들이 차지하는 걸 보며 왜 그런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팀에 'value-add'를 할 수 없을 때면 내가 가진 지식, 그동안 쌓았던 경험들... 이런 게 무가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서 큰 변화는 summer internship 경험을 통해 일어났다. Sun Microsystems에서 처음 오퍼를 받고, 처음 회사에 출근했을 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긴장한 채로 첫 팀회의에 참석했는데, 모르는 내용이 많은데다 몇몇 사람은 전화로 회의에 참석해서 회의를 따라가기가 참 힘들었다. 내가 뭔가 얘기할 차례가 올까 두렵기도 했다. 학교에서야 실수해도 그런가 보다 할 일이지만 여긴 내가 돈을 받고 일하는 회사가 아닌가?
2주가 지나자 일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파악이 되고, 내가 할 일도 구체화되면서 매니저가 나에게 독립적으로 추진할 일을 맡겼다. 새로운 application을 개발하는데, 나에게 기획을 맡긴 것이다. 부담스러웠지만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Graphic designer, engineer, QA manager등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면서 팀을 점차 리드해 나갔다. 이 일 뿐 아니라 회사에 있을 때 내가 조직에 영향을 미친 두 가지 프로젝트를 더 하면서 자신감을 훨씬 키워갈 수 있었다. 회사에 있으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1학년 MBA생활이 내가 이 환경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돌아온 학교는 무척 편안한 곳이었다. International Business Association에서 exchange student mixer를 추진했고, Christian Club에서는 president를 맡았고, 지금은 IS Associates의 student fellow로 다음 달에 있을 panel event를 추진하고 있다. 또 학교의 alumni relationship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서도 sub-group leader를 맡았다. 미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Leadership을 발휘하고, 키워나가며 영어는 더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고, 좋은 친구들도 점점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고 보니 MBA를 통해 얻은 정말 큰 자산은 친구들과 지인들이다.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만날 수 없었을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받은 영향...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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