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9일 목요일

Customer Pain을 해결해서 성공한 제품들

Business Plan Development 수업 때의 일이다. 한 VC가 우리의 사업계획서 발표때 심사위원으로 와서, 자기가 사업계획서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딱 6가지라고 했다.

1. What is customer problem? 소비자가 현재 가진 문제점 및 필요
2. How others "try to" solve it? What are incombents doing? 현재 경쟁사는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3. How do you plan to solve it? 어떻게 해결할 예정인가?
4. Who are you? And why can you solve the problem better than others do? 당신은 누구고, 왜 너당신들이 그 일을 다른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나?
5. What is the size of the market and how much do you expect to make? 5년 후, 10년 후 얼마의 매출이 나는 시장인가?
6. How much do you need now? 얼마의 투자가 필요한가?

간단하지만 정말 명쾌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 창업가가 자기가 VC앞에서 발표할 것을 준비했는데 좀 봐달라고 해서 갔다가 이런 흐름에 맞추어 피드백을 준 적이 있다.

모든 사업은 둘 중에 하나에서 시작된다. "pain point" 아니면 "needs", 아니면 둘 모두. 성공하는 사업은 이걸 정확히 짚어내어 그걸 남들보다 잘 해결하는 데에 있다. 요즘같이 온갖 종류의 제품이 넘쳐나는 시절에 needs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내가 뭔가 필요하다고 느껴서 Amazon에서 찾아보면, 이미 만들어져 팔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없다면 그런 제품을 찾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즉 시장 크기가 너무 적어서 없다고나 할까. 특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기가 비교적 용이한 인터넷에서는 많은 경우에 (물론 아직도 구멍이 많이 있지만) needs를 채우는 서비스는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pain"을 해결하는 제품이 더 많지 않은가 싶다. TechCrunch50, Demo09 에서 발표하는 많은 창업자들은 "자 이걸 보세요, 그동안 이것 때문에 불편했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해결하려 합니다."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엊그제 Google이 Motorola가 Verizon 용으로 내놓은 Droid폰에 Google Maps Navigation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Youtube에 올라온 제품 설명 동영상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다. "구글이 또 일을 냈구나" "차량용 GPS 시스템이 가진 가장 큰 pain을 해결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오늘은 그동안 내가 보며 감탄했던 제품 몇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Google Maps Navigation

앞서 설명했듯이, 이 제품은 기존 제품이 가진 가장 큰 네 가지 문제를 해결했다.
  • 처음 GPS 신호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제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것 중의 하나이다. 5분은 기본이고, 심지어 10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나와 차에 탄 후 목적지를 향해 즉시 출발하는데, 10분 후면 이미 고속도로 위에 있을 때이다. 그 때서야 현재 위치를 잡으면 어쩌자는 얘기인가. 고속도로 위에서 GPS 기계를 조작하게 되는데, UI도 불편해서 사실 위험하다. 먼 거리를 갈 거면 모르지만 가까운 거리 갈 때는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 실시간 교통정보를 볼 수 없다. 가능은 하지만 사용하려면 매달 50~60불을 내야 한다 [참고]. LA에서도 그렇고, 지금 살고 있는 실리콘 밸리에서도 그렇고, 지도에서 교통 정보를 보는 건 필수이다. 서울처럼 막힌다고 모두 다 막히는 것이 아니고, 옆 도로로 빠지면 한산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통 정보를 보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시스템은 이게 불편하다.
  • 지도 정보를 업데이트하려면 불편하고, 심지어 돈도 내야 한다 [참고]. 지도 정보는 끊임없이 바뀐다. 있었던 상가가 사라지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도 한다. 업데이트 한 번 하려면 소프트웨어 깔아야 하고, 기기를 PC에 연결해야 하고, 100달러나 되는 돈을 내야 한다. 누가 하겠는가?
  • 타이핑하기 불편하고, 주소도 정확하게 입력 못하면 못알아듣는다. 장소 이름으로 검색하는 것도 엄청나게 불편하다. 그리고 그런 장소 database가 많지도 않다.
이런 불편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이 없어 차량용 GPS 기기는 날개돋힌듯이 팔렸고, 그 덕분에 Garmin이라는 회사는 거대 기업이 되었다. 아래 구글 Navigation을 설명하는 비디오를 보면 이런 불편을 구글이 어떻게, 그리고 왜 해결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Google Product Manager가 설명하듯이, Google Maps Navigation은 앞서 말한 불편을 완벽하게 해결하고 있다.
  • GPS 신호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 휴대폰은 항상 on. 따라서 GPS 신호 검색도 순식간이다. 시작 후 몇 초 정도면 현재의 위치를 찾아낸다.
  • 실시간 교통 정보: Google Maps에서는 이미 교통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교통 막힐 때 우회 검색도 one button으로 끝난다
  • 지도 업데이트: 서버에서 정보를 받아오므로 지도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 주소 입력의 불편: 구글에서 검색을 해본 사람은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tie restaurant"이라고 입력해도 "thai restaurant" 을 찾아주고, 심지어 Voice 서치가 된다. 그냥 말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투탄카멘 왕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라고 말하면, 구글 검색을 통해 해당 박물관을정확히 찾아 준다. Google Voice 검색은 나도 종종 블랙베리에서 사용하는데, accent 있는 내 영어발음까지도 잘 알아들어서 감탄하는 때가 많다.

이 제품이 발표되자 기존 navigation을 만들던 Garmin이란 회사의 주가는 무려 16.38%가 빠졌다. 시가 총액 1조원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라이코스의 사장인 임정욱 님이 자세하게 블로그에 올렸으니 참고.

2. Amazon Prime
Amazon Prime이란, Amazon의 premium 서비스인데, 1년에 $79의 membership fee를 내면 two-day shipping을 무료로 해주는 서비스이다. Amazon 에서 종종 쇼핑을 하곤 했는데, 처음 이 서비스를 보고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했다가, 친구가 "totally worth it!"이라고 하길래 그 말에 가입을 해 봤다. 웬걸... Totally worth it!
배송료가 싼 한국에서는 이미 전부터 많은 internet shopping mall에서 배송비 무료, 이틀 배송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배송 신청 후 1주일 걸리는 건 예사고, 배송비도 웬만해서는 $4~$10 쯤 한다. 그래서 인터넷 쇼핑을 할 때마다 배송료와 배송시간을 보며 한 번쯤 망설이게 된다. "아.. 이런 건 역시 한국이 좋구나" 하며 한국의 인터넷 쇼핑을 그리워했는데...
Amazon에서 새로 내놓은 이 서비스가 그 불편을 한 번에 해소해주었다. "정말 될까? 정말 배송비가 무료일까?" 싶어서 $10쯤 되는 걸 하나 주문했다. 이틀 후 사무실 로비에서 package가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신이 나서 그 동안 사고 싶었던 걸 아마존에서 주문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cereal까지도 Amazon에서 주문했다. 월마트 가격과 비교했는데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내 모든 shopping은 Amazon이다. 더구나 블랙베리에 Amazon을 깔아놨기 때문에 운전하는 도중이라도 "이런 거 하나 살까?" 하고 아마존 들어가서 상품 찾고, 구매 버튼 한 번 누르면 내가 입력해둔 신용카드 번호로 결재가 되고, 이틀 후면 내 사무실에 도착한다. 그래서 뭘 사야겠다고 생각해서 메모해 두고 다음에 쇼핑몰 갈 때 찾아다니고.. 이런 불편은 더 이상 내게 없다.

3. Flavia
어느 사무실마다 설치되어 있는 기계는 뭘까? Coffee brewing machine이다. 원두커피를 brew해주는 기계... 직원들이 워낙 커피를 자주 마시니까 대부분 회사에는 이런 걸 비치해 둔다. 맛은 좋다. 그러나 가장 불편한 게 있다. 일단 brew를 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brew가 끝나고 나서 찌꺼기가 남는데, 이걸 버리기가 귀찮다. 쉽게 더러워지니까 직원이 매일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게다가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하나를 brew 해서 만들어놓고 나면 다 먹어야 다른 종류의 원두를 써서 또 만들 수 있다.
이런 불편을 해결해주는 것이 "자판기 커피" 또는 "커피 믹스"이다. 맛은 있다. 사실 오리지널 커피보다 더 맛있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진짜 커피는 아니다. 진짜 커피 맛을 아는 사람은 절대 안마시는 저급 커피일 뿐이다. 이런 불편을 해결한 제품이 Flavia이다.
작년에 Sun에서 인턴할 때는 커다란 brewing machine이 사무실에 있었는데, 올해 다시 돌아와 보니 회사 전 캠퍼스에서 이를 Flavia로 바꾸었다. 써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기존의 불편함을 제대로 해결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즉시 커피가 완성된다. 30초 정도? 그리고 맛이 좋다. 그 자리에서 brew를 하기 때문에 진짜 커피 맛이 난다. 청소의 불편함도 없다. 그리고, 커피 뿐만 아니라 녹차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Customer pain을 해결해서 성공한 제품이다.

4. Invisalign (투명 교정?)

치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를 통해 작년에 처음 알게 된 건데, 알고 보니 이미 많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투명 교정"이라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교정법에서 가장 불편한 두 가지는 뭘까?
1. 보기가 싫다. 이빨에 철사를 감고 다니며 기분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인도 불편하고 (야채가 자꾸 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안좋다.
2. 비싸다. 교정 전문의가 하나하나 손봐야 하고, 계속 점검해줘야 하므로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든다.
3. 뺐다 꼈다 할 수가 없다. 일단 시작하면 1년, 2년은 그냥 운명인가보다 하고 살아야 한다.
28세의 사장 Zia Chisshti는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15살 때 미국에 이민와서 Columbia 대학 졸업 후 Morgan Stanley, McKinsey에서 일했다. 기존에 치아 교정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그는 뭔가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Stanford MBA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3D 스캐너를 이용한 교정"이라는 아이디어로 창업하게 된다. 3D 스캐너를 이용해서 각 개인의 이에 정확히 들어맞는 플라스틱 틀을 만들고, 교정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틀을 쓰고.. 그렇게 해서 원하는 모양의 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아이디어이다. 1997년에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100만명의 환자를 serve하고 있고, 58,000명의 치과 의사가 training을 받았다 []. 2009년 3분기에는 $80 million의 매출을 올렸다 [].
아래 광고를 보면 이 모든 게 뭘 말하는 건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Triz 이론이 떠오른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목표를 해결하면 혁신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내구성이 강하면서도 가벼운 금속", "뜨거우면서도 차가워야 하는 환경"... 해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해답을 찾으면 특허를 낼 만한 발명품이 나온다.

말은 쉬워도 실행은 어렵다. 요즘 우리 팀에서 내가 맨날 하는 던지는 질문은 "우리 제품이 pain을 다른 회사보다 더 잘 해결하고 있는가?"이다.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댓글 4개:

이주형 :

Flavia 하나 사고 싶은데... 한국 가져갈까.

임정욱 :

잘 읽었습니다. 아마존프라임이 그렇게 가치있는 서비스였다니 저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Flavia라는 기계는 저희도 하나 사야겠는걸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Sungmoon Cho :

@이주형 - 2009/11/01 14:35
Flavia...정말 편리하지요. 이와 같은 컨셉의 경쟁 제품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근데 저 refill 제품을 한국에서 살 수 있나 모르겠어요?

Sungmoon Cho :

@임정욱 - 2009/11/02 05:38
Amazon Prime... Totally worth it! :)



Flavia는 저희 회사 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봤습니다. 요즘 잘 되고 있는 듯... 사실 이 회사의 경쟁사를 business school에서 case로 다루었었어요. 그 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